"지금의 분당"의 원주민은 40년대-60년대 생의 사람들입니다. 도시가 계획되고 신도시로 정착한 사람들, 1세대 이주민이 "지금의 분당" 원주민입니다. 서울 강남과 각각의 지역에서 가족 단위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라이프 스타일은 분당에서 새롭게 접목되었습니다. 그 자녀들이 지금은 20대 후반 - 40대 초중반이 되었고 분당의 경제/문화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2세대로 분당은 진입했고 그에 걸맞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도시도 생물이라 사람과 함께 자라고 성장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초기 분당 아마도 '야탑-서현-수내-정자-미금-오리'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지하철 노란색 분당선이 그때보다 훨씬 더 길어졌습니다. 빨간색 신분당선이 '정자-판교'를 중심으로 생겼습니다. '광주와 분당'을 연결하는 파란색 이매-경강선도 생겼습니다. 베드 타운으로 출발했던 분당은 지금도 물론 베드타운이긴 합니다만, 뉴 버젼의 베드 타운으로 확장했습니다. 지금의 판교는 2세대 분당을 특징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서현 시범단지 같은 클래식에서 판교 알파리움의 고급 주상 복합, 서판교의 고급 빌라형 건축물까지 아파트 또한 진화한 셈이죠. 먹자골목으로 불리던 근린상가는 현대백화점과 아브뉴프랑 같은 형태로 변화되었죠. 공원도 마찬가지고.

 

이 책의 공동 기획자로 참여한 사이이다는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팍작가님의 작업과 분당의 이야기는 언뜻 smart, standard 단어를 떠오르게 해요. 살고 있는 동네를 기록하는 것 또한 smart, standard인 것 같기도 하고요.”

 

 

왜 그런거 있지 않나요? 분당스럽다 싶은 친구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이러한 분당스러움에 현재 분당의 아이덴티티가 들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로수길 스타일도 있고, 연남동 스타일도 있지만 제가 기록하고 싶은 것은 분당스러움이었습니다. 분당스러움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도시를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간을 살펴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공간/시간.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룬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고민 끝에 원칙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보자 심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원칙들 : 

a 여행의 영감을 전달 
b 감성을 채움  
c 정직한 표현 
d 높은 시각적 완성도 

해외를 다녀보면서 분당은 생각보다 괜찮은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종류의 특정 주거 형태로 기획 형성된 도시라는 점, 그 지역 이름이 어떤 상징처럼 쓰인다는 점, 그 상징이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 해당 나라의 타 도시에도 브랜드화 되어 알려져있다는 점 등등을 볼 때 분명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유명 관광지나 여행지를 가 보면 보통 로컬들의 일상지와 관광지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분당은 그런 의미에서도 아주 좋은 여행지입니다. 관광지와 일상지가 섞여 있어서 어디를 여행해도 로컬의 공간입니다. 분당 1호 여행 가이드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스스로 붙이고 사람들에게 분당 사람들과 분당 일상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일러두기
local 파트와 locations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1. 분당 - local ’s 에서는 분당 사람들의 마음과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녹음된 대화 중 일부를 ‘대본’의 형식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1-2. 분당 - locations 에서는 분당스러운 장소를 소개합니다. 

분당 1호 여행 가이드이자 로컬 사진가의 관점을 바탕으로 시각적으로 새롭게 표현한 사진 ‘시'입니다.

local

#분당 - 방문 - 서현역

#1-1-10. 광화문에서 5500-1을 타고. - 유진희 (예술가)

버스를 좋아하니 분당은 멀지만 힘든 길은 아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고속도로가 양재 어딘가 를 지날 때 높다란 벽이 미끄러져 지나가는 것이 좋았고 그 벽 위로 흔들흔들 밧줄처럼 내려와 있던 담쟁이 풀들도 좋았다. 잠깐이지만 어떤 나지막한 산들과 언덕을 지나면 나를 기다리는 친구가 늘 마중나와 있곤 했다. 서현역은 그때 당시 친구와 나의 접선 장소다. 빠르고 젊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던 역 뒤에는 북적이는 앞과 달리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공터가 있었고 황량한 바람들은 공터에 뜨믄뜨믄 자리 잡은 잡초들을 바스락 거리게 만들었 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잡초들은 꽤나 비싼 땅 위에서 자라던 잡초님이었다. 분당의 이곳저곳엔 언제나 그 자리의 토박이 풀 혹은 나무 같은 것들이 어울리지 않게 있었고, 그것들을 발견해 내는 것이 즐거웠다. 버스 정류장 의자 밑 강아지풀이나 건물 표면에 비치는 기다란 네모 하늘이라던지, 어딘가의 건물들이 될 건축 자재들 사이에서 자 고 있던 고양이들 뭐 그런 시시콜콜한 것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분당의 이미지를 가만히 떠올려보니 포실거리는 장소였던 것 같다. 길고도 지루했던 20대를 일요일 아침과 같은 시간으로 만들어준 분당.

locations

LL분당 출판 기념회 + 전시회

판교 수하담 3층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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